넷플릭스 1위라는 덫, 그리고 내가 던진 1점의 폭탄
넷플릭스 톱 10 카테고리 가장 높은 곳에 새롭 한국 영화 한 편이 걸려 있었다. 제목은 <중간계>. 연출은 <범죄도시> 시리즈로 흥행력을 검증받은 강윤성 감독이 맡았고, 탄탄한 연기력의 변요한, 김강우 배우가 주연으로 참여한 작품이다. 넷플릭스 1위라는 타이틀에 신뢰감 높은 창작자들의 조합까지 더해졌으니,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으로서 플레이 버튼을 누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60분 뒤 화면이 어두워졌을 때, 밀려오는 아쉬움과 허탈함은 감추기 어려웠다. 솔직한 관객의 시선으로 평하자면, 이 영화는 "넷플릭스 1위라 믿고 봤는데 제대로 낚였다!"는 탄식이 나올 만큼 여러모로 아쉬움이 짙은 작품이었다. 스토리의 서사적 개연성은 부족했고, 인물들의 대사는 극에 녹아들지 못했으며, 화면 속 크리처들은 다소 이질적으로 겉돌았다. 개인적인 평점으로는 10점 만점에 단 1점을 주고 싶을 만큼 완성도 면에서 뼈아픈 실패였다. 높은 순위 역시 작품의 완성도 덕분이라기보다는, 화제성에 이끌린 수많은 관객의 호기심이 모여 만든 결과물에 가까워 보였다.
하지만 엔딩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후, 머릿속에는 묘한 감정이 차올랐다. 한 명의 관객으로서 겪은 실망감과는 별개로, 산업을 바라보는 기획자의 시선에서 이 작품이 지닌 도전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비록 첫 결과물로서 깊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역설적으로 한국 영화계의 미래를 구원할 가장 파괴적이고 새로운 혁신의 신호탄이었다. 10점 만점에 1점짜리 처참한 완성도 뒤에 숨겨진, 한국 영화계를 뒤흔들 위대한 AI 혁신의 도전을 기꺼이 응원하고 싶어졌다. 비난을 멈추고 이 글을 쓰게 된 진짜 이유다.
가성비라는 무기, 고사 직전의 영화계를 구원하다
관객이 느끼는 아쉬운 완성도와는 별개로, 이 영화가 무사히 제작을 마치고 공개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현재 영화 산업 관점에서 매우 유의미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 영화 산업은 단군 이래 최악의 암흑기를 지나고 있다. 인건비와 물가는 치솟았고 투자 시장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높아진 티켓값에 관객들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지갑을 닫았고, 수많은 시나리오가 자본의 벽을 넘지 못해 빛도 보지 못한 채 사장되는 것이 지금 우리가 마주한 냉정한 현실이다.
강윤성 감독과 제작진은 이 지옥 같은 교착 상태를 깨부수기 위해 '생성형 AI 전면 대체'라는 가장 극단적이고 과감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본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수십억 원의 비용과 1년 이상의 후반 작업 기간이 필요했을 대규모 크리처 합성이나 차량 폭발 씬 등을 AI 기술을 활용해 단 몇 달, 심지어 몇 시간 만에 효율적으로 끝내버린 혁신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변요한, 김강우 배우를 비롯한 베테랑 스태프들이 평소 몸값의 상당 부분을 양보하며 이 무모해 보이는 실험에 기꺼이 참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해석한다. 현장의 영화인들 역시 기존의 비효율적인 제작 방식과 자본의 한계에 부딪혀 다 함께 고사하기보다는, AI라는 돌파구를 선제적으로 테스트할 '실험대'가 절실함을 공감했던 것이 아닐까. 비록 첫술의 결과물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지언정, 내 눈에는 AI야말로 영화 제작의 단가를 혁신하고 산업을 지탱할 가장 현실적인 기술적 구원투수로 보이기 시작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혁신은 '맷집'에서 나온다
많은 관객이 <중간계>를 보며 피로감을 느낀 가장 큰 이유는 CG 캐릭터와 실제 배우들의 연기가 따로 노는 '불쾌한 골짜기' 현상과 엉성한 서사 때문이다. "영화가 아니라 어설픈 기술 시연회 같다"는 비판은 정확하며, 나 역시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이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러나 혁신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새로운 시도의 첫 발걸음은 늘 대중의 조롱과 혹평이 따르기 마련이었다는 점을 떠올리게 된다. 인류가 처음으로 필름을 버리고 디지털카메라를 도입했을 때도, 수작업 애니메이션을 버리고 3D 그래픽을 도입했을 때도 당시 대중은 "예술의 종말", "조악한 기술 장난"이라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 미완의 징검다리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아바타>와 <어벤져스> 같은 명작들이 존재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
강윤성 감독과 권한슬 AI 감독은 국내 상업 장편 영화 중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었다. 제작 당시 참고할 만한 가이드라인이나 공정 매뉴얼이 전무한 상태에서 오직 AI 툴을 쥐고 맨땅에 헤딩하듯 결과물을 뽑아냈으니, 첫 시도에서 기술적 정교함이 부족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내가 주목하는 진짜 가치는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옴으로써 '무엇이 실패했고, 기술을 어떻게 보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대한 실전 데이터가 업계에 쌓였다는 사실이다. 창작자들이 벌써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다음 시나리오를 준비할 수 있는 원동력도, <중간계>가 온몸으로 관객들의 날 선 매를 맞아주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그렇기에 나는 이것이 생성형 AI 대체라는 필연적 흐름을 이끈 상업 영화계의 가장 가치 있는 첫걸음이자 혁신적 도전이라고 판단하게 되었다.
AI 대체는 필연이다, 인간은 더 가치 있는 것에 집중하라
영화는 인간의 영혼과 감정을 다루는 종합 예술이기에 기술이 침범할 수 없다는 주장은, 기획자의 관점에서 볼 때 다소 감상적인 착각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기술은 언제나 인간의 영역을 보완하며 진화해 왔고, 결국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AI가 할 수 있는 범위까지 꾸준히, 그리고 더욱 공격적으로 현장을 대체해 나가야 한다고 확신한다. 시나리오의 기초 뼈대를 잡고, 방대한 콘티 리서치를 수행하며, 단순 반복적인 그래픽 합성이나 렌더링 작업을 처리하는 등 인간의 물리적 리소스를 갉아먹던 노동을 AI에게 전면 이양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야만 창작자들이 밤샘 작업과 제작비 압박이라는 고질적인 굴레에서 벗어나, 작품의 본질적인 메시지와 배우들의 연기 디렉팅 같은 '인간만의 핵심 영역'에 더 깊게 몰입할 수 있으리라 본다. <중간계>는 비록 서사와 연출의 조화에서는 아쉬운 실패를 기록했을지언정, AI를 통해 영화 제작의 가성비를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지 그 영토의 끝을 보여준 기념비적인 도전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미완의 혹평이 찬사로 바뀔 머지않은 미래를 기다리며
내 지갑과 시간을 투자한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 <중간계>는 여전히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아쉬운 완성도의 작품'임이 틀림없다. 낚여서 허탈했던 한 명의 소비자로서의 솔직한 감정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산업을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기획자의 시선에서 강윤성 감독의 이 영화는 한국 영화 역사에 기록될 '가장 가치 있는 실험작'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수많은 관객이 던진 날카로운 피드백과 혹평은 그대로 AI 시네마의 알고리즘을 정교하게 다듬을 최고의 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간계>가 쏘아 올린 이 시끄럽고 거친 신호탄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마주하게 될 완벽한 'AI·인간 협업 마스터피스'의 가장 가치 있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오늘 내가 던진 1점짜리 혹평이, 몇 년 뒤 위대한 혁신의 시작을 알린 찬사로 기억되기를 기대하며, 이 과감한 패러다임의 전환에 나만의 아낌없는 응원을 조용히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