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화창했던 3월 16일의 봄날, 평범하고도 잔잔하게 흘러가던 일상에 갑작스러운 적색 신호등이 켜졌습니다. 그 경고등의 정체는 예고도 없이 찾아온 알 수 없는 명치 통증이었습니다. 그것과 함께 온 몸이 뜨거워지고, 한껏 무력감이 가득해져 머리 속마저도 아득해지는 다양한 불편감이 휘몰아쳤습니다. 대학병원 전문의조차 내 이야기를 듣고선 "그걸 딱 하나로 정의할 수 있는 증상은 없다"며 고개를 저었던, 이름 없는 괴질. 매주 월요일마다 어김없이 나를 찾아와 일상을 강제로 멈춰 세웠던 그 기묘한 이야기를 남겨두려고 합니다.


[에피소드 1: 출근길 지하철의 매스꺼움]
지하철 이미지입니다.

3월 16일부터 4월 27일까지, 매주 월요일은 나에게 잔인한 날이었다. 어떻게든 참고 출근해 보려 몸을 일으켰지만, 이 알 수 없는 증상은 야금야금 내 조그맣고 소중한 연차를 6개나 빼앗아 갔다. '딱 하루, 오늘 하루만 참으면 된다'고 매번 속으로 주문을 외우며 지하철에 올랐지만, 밀폐된 객차 안에서 요동치는 매스꺼움은 참아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성신여대역에서 출발해 목적지인 충무로역까지는 고작 4정거장. 평소라면 눈 감고도 갈 짧은 거리였지만, 매스꺼움이 최대치로 치솟을 때마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중간에 두 번이나 내려야 했다. 플랫폼 의자에 주저앉아 숨을 고르고, 다시 지하철을 타기를 반복하는 출근길은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어떤 날은 충무로에서 압구정역까지 가기 위해 환승만 두 번을 하며 악착같이 버텼고, 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은 날에는 금호역에서 비상탈출하듯 빠져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회사로 질주하기도 했다. 화창한 봄날의 출근길, 버스는 멀쩡하면서 왜 유독 지하철만 타면 내 소화기관과 자율신경계는 사정없이 흔들렸던 걸까. 일상의 평범한 이동 수단이 나를 사정없이 공격하는 폐쇄된 요새로 변해버린, 지독한 3~4월의 월요일들이었다.


[에피소드 2: 백혈구 18,850과 크레아틴의 반전]

주변의 가벼운 시선들과 달리, 혼자서만 오롯이 견뎌내야 했던 지독한 통증. 결국 4월 27일, 증상이 가장 극에 달한 상태로 병원을 찾아 피를 뽑았습니다. 이윽고 마주한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백혈구 수치 18,850. 몸속 어딘가에서 거대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위험한 경고등이었습니다.

하지만 베일에 싸여있던 범인은 의외로 가장 가까운 곳에 숨어있었습니다. 일상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 매일같이 챙겨 먹었던 운동 보조제 '크레아틴'. 이 녀석이 끊임없이 위장을 자극하고 복압을 끌어올리며 소리 없는 공격을 퍼붓고 있었던 것입니다. 거짓말처럼 크레아틴을 끊자마자 한 달 동안 그 지독한 증상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졌습니다. 주변의 말대로 그저 지독한 월요병이었나 싶을 만큼, 내 몸을 옥죄던 수수께끼가 완벽히 풀린 줄만 알았습니다.


[에피소드 3: 5월의 기습, 그리고 38도의 고열]
아이스 아메리카노 이미지입니다.

안심했던 순간도 잠시, 5월 17일과 18일, 그 녀석들이 기습적으로 재발했습니다. 영혼까지 털어가는 듯한 명치 통증과 함께 38도가 넘는 고열이 온몸을 두들겨 팬 것이죠.

증상이 좀 가라앉았다 싶을 때, 무심코 마신 아이스 커피가 화근이었습니다. 시원하게 목구멍을 넘어간 그 녀석이 들어가자마자, 명치에서 즉각적인 ‘폭탄 테러’ 반응이 오더군요. 그 순간 온몸으로 처절하게 깨달았습니다.

‘아, 내가 그동안 사랑했던 초콜릿과 자극적인 음료들이 내 식도 밸브를 아주 무장해제 시켜놓고, 대놓고 위벽을 자극하고 있었구나!’

그제야 왜 그렇게 몸이 신호를 보냈었는지, 그동안 머릿속을 맴돌던 여러 가정들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번개처럼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범인은 바로 제 손으로 삼킨 달콤한 유혹들이었습니다.

유혹 이미지입니다.

이 기록은 단순히 아팠던 기억을 나열하는 병상 일기를 넘어, 내 몸이 보내는 적색 신호등에 귀를 기울이는 치열한 과정이었습니다. 일상 속 미스터리한 통증을 추적하는 이 시간은, 역설적이게도 내 몸을 그 어느 때보다 깊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무너진 밸브를 다시 세우고 더 건강한 내일들을 맞이하기 위해, 이제는 내 몸이 보내는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를 소중히 돌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