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매년 서울의 밤하늘은 화려한 빛으로 물든다. 가을 밤을 수놓는 아름다운 여의도 불꽃축제는 일상에 지친 수많은 이들에게 낭만적인 위로와 잊지 못할 추억을 건넨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빛의 향연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한강변에서는 보이지 않는 치열한 전쟁이 벌어진다. 텐트와 돗자리로 가득 찬 강변의 이른바 '명당' 자리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수십만 원에 거래되는 현상이다.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할 공공의 공간인 한강공원이 특정 순간, 철저히 사적인 이윤 추구의 장으로 변모하는 순간이다. 이러한 '명당 거래'는 단순히 부지런한 자들의 권리 행사로 치부하기 어렵다. 공공재를 먼저 선점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적 소유권을 주장하고, 이를 현금화하는 행위는 공유지의 비극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게 만든다. 찰나의 시각적 즐거움을 위해 공공의 영역에 보이지 않는 가격표를 붙이는 이 현상은, 우리가 도시의 공간을 소비하는 방식이 얼마나 자본주의적 논리에 깊게 잠식되어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권리로서의 선점과 공공성 수호의 충돌
이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팽팽하게 대립한다. 한편에서는 시간과 노동을 투자해 자리를 확보한 개인의 정당한 노력의 대가라고 주장한다. 새벽부터 찬 바람을 맞으며 자리를 지킨 수고로움을 타인에게 양도하고 그 가치를 보상받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시장 논리라는 해석이다. 특별한 경험을 돈으로 사서라도 효율적으로 누리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소비 성향과도 맞닿아 있다. 반면, 이는 공공 자산을 무단으로 점유하여 사익을 취하는 명백한 편법이라는 비판이 매섭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공간은 누구나 평등하게 누려야 할 권리가 있으며, 특정 개인이 이를 독점해 수익화하는 순간 공유지의 가치는 훼손된다는 지적이다. 이는 단순히 자리싸움을 넘어, 자본의 유무가 공공재를 누릴 수 있는 기회마저 불평등하게 분배하는 사회적 불공정으로 이어진다는 우려를 낳는다. 공공의 자산이 무분별하게 사유화되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면, 이제는 명확한 통제와 구제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최소한의 행정력으로 공공성을 지키는 지혜
물론 대규모 통제 구역을 신설하거나 현장 인력을 대거 투입하는 물리적 규제는 과도한 행정력과 예산 소모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과도한 공수를 들이지 않고 불법 점유를 억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해결책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접근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시스템적 차원의 '플랫폼 공조형 규제'이다. 이는 지자체가 주요 중고 거래 플랫폼과 공식 업무협약을 맺고, '한강 불꽃축제', '명당 양도' 등 관련 키워드 검색 시 거래 금지 안내문을 즉시 노출하는 방식이다. 인공지능 기반의 모니터링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불법 거래 정황이 포착된 게시물은 즉각 삭제 및 계정 이용 제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암표상들의 온라인 유통 경로 자체를 사전에 차단한다.
둘째는 시민 의식에 기반한 '자율적 감시 네트워크'이다. 현장에 막대한 통제 인력을 직접 배치하는 대신, 시민 참여형 불법 거래 신고 시스템을 구축하여 모니터링을 효율화한다. 부적절한 현장 양도 행위나 공공 공간의 무단 점유 사례를 신고한 시민에게 소정의 포인트나 지역 상품권을 제공함으로써 최소한의 행정력만으로도 공공재를 지켜내는 강력한 자율 감시망을 완성할 수 있다.
함께 누리는 낭만을 향해 머리를 맞댈 차례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나 현장 통제 인력 없이도, 기존의 디지털 플랫폼과 시민의 감시망을 연계하는 정교한 설계만으로 공공 자산의 불법 사유화를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 낭만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자본의 독점을 막고 한강공원이 모두를 위한 온전한 쉼터로 남아있어야 한다. 그리고 여의도 불꽃축제가 성숙한 관람 문화로 완전히 자리 잡기 위해 우리는 이제 머리를 맞대어 고민해 볼 차례다.
